파벨 네드베드는 체코가 배출한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유벤투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그는 유벤투스가 이탈리아와 유럽 무대에서 다시 한번 최강자로 자리 잡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2003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았다. 그의 경력은 단순한 스타플레이어를 넘어 헌신과 충성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2006년 ‘칼치오폴리’ 사건으로 유벤투스가 세리에 B로 강등되었을 때 팀을 떠나지 않고 승격을 이끄는 모습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네드베드의 유벤투스 시절은 그의 뛰어난 경기력과 리더십이 빛났던 시간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가 유벤투스에서 걸어온 길을 자세히 살펴본다.
유벤투스 이적과 지단의 공백 메우기
2001년 여름, 유벤투스는 클럽 역사상 가장 큰 이적 중 하나를 단행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지네딘 지단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키고, 그의 대체자로 라치오에서 파벨 네드베드를 영입한 것이다. 네드베드의 이적료는 약 4,100만 유로로,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네드베드는 지단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였다. 지단이 우아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였다면,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가능한 네드베드는 강한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였다. 그는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며 수비와 공격을 모두 지원했다.
유벤투스에서의 첫 시즌(2001-02)부터 그는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마르셀로 리피 감독의 전술 하에서, 네드베드는 빠른 역습 전개와 중거리 슛으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2001-02 시즌 유벤투스는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으며, 네드베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2002-03 시즌과 발롱도르 수상
네드베드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02-03 시즌이었다. 그는 시즌 내내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유벤투스를 이끌었다. 그해 유벤투스는 세리에 A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진출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네드베드는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해당 경기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유벤투스 팬들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네드베드 없이 치른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는 AC 밀란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네드베드는 그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평가받으며, 2003년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이는 체코 선수로는 최초의 수상이었으며, 유벤투스 선수로서도 매우 값진 영광이었다. 발롱도르 수상은 그가 단순한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칼치오폴리 사건과 유벤투스에 대한 충성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는 ‘칼치오폴리’ 스캔들로 큰 충격을 받았다. 유벤투스를 포함한 몇몇 클럽들이 심판 배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졌고, 그 결과 유벤투스는 세리에 B로 강등되었다.
이 사건 이후 많은 스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파비오 칸나바로, 릴리앙 튀랑 같은 주요 선수들은 다른 클럽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네드베드는 끝까지 유벤투스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벤투스 팬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그는 세리에 B에서 델 피에로, 다비드 트레제게, 잔루이지 부폰 등과 함께 팀을 이끌었고, 한 시즌 만에 세리에 A 복귀를 이끌었다. 2006-07 시즌 동안 그는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팀의 승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은퇴와 이후의 행보
네드베드는 2008-09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는 마지막 시즌까지도 뛰어난 경기력을 유지하며 유벤투스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2009년 5월, 그는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고, 유벤투스 팬들은 그의 헌신과 업적을 기리며 큰 존경을 보냈다.
은퇴 후 네드베드는 축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부터 그는 유벤투스 경영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2015년에는 유벤투스 부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구단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유벤투스가 다시 유럽 정상급 클럽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결론
파벨 네드베드는 유벤투스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네딘 지단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팀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2003년 발롱도르 수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유벤투스가 세리에 B로 강등되는 위기를 겪었을 때도 팀을 지키며 클럽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었다.
네드베드의 헌신과 실력은 단순한 경기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유벤투스 팬들에게 ‘전사’와 같은 존재로 기억되며, 클럽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아 있다. 현재 그는 경영진으로서 유벤투스의 미래를 이끌고 있으며, 그의 축구 인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